[글마당] 단호박
도마 위에 올려놓은 호박 갑옷 두른 장수 같다 자! 찔러봐 이리저리 돌려봐도 어느 곳에 숨구멍이 있어 꽃을 피운건지 반들반들한 생이 어디 있냐고 이따금 햇살이 찾아와 얼굴을 쓰다듬을 때 거울 한번볼 수 없었던 호박 같은 서러움이 잦아들면 캄캄한 어둠 속 바람을 마셔댔지 따가운 생의 탯줄로 한 곳에서 엉덩이 짓무르도록 키운 그 단단함에 그 달달함에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었던 황금빛 서사 절절히 배어 있다 윤지영 / 시인 뉴저지글마당 단호박 황금빛 서사 거울 한번볼